ALL OR NOTHING


흐린 날씨속 인적없이 고즈넉한 숲속길

이렇게 선암사로 향하는 동안

맑고 깨끗한 공기가 마음 깊은곳까지 스며들었다.

새로운 내가 되어 가라는 듯


천년의 고찰로 인도하는 길따라

그저 천천히 걷는것 만으로도

주변 풍경이 곧 휴식이고 힐링이었다.


여기가 바로 승선교아래에서 본

선암사 강서루의 인기포인트

치마를 입어 내려서기가 수월치 않았지만

남들 하는건 다 해 보자!

그래서 해 보았다.

같은 장소 전혀다른 느낌일지라도

나 여기 왔다감! 두~둥

발도장도 남길겸


수량이 많았더라면 멋진 강서루 반영도

가능했겠지만 표준렌즈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거창한 진격이라도 할 기세로

이래저래 걸치고 맨 삼각대와 가방

혹시몰라 우산까지

선암사에 도착도 하기전에

탈진부터 할 것 같았다,,,

계곡에서 오르는 길 또한 와우~


다시 가던 길로 올라와 얼마쯤 걸었을까?

멀리서 붉은 융단으로 살포시 덮인

삼인당의 꽃무릇이 아스라히 보이던 순간

탄성과 함께 잰 발걸음을 재촉했다.


선암사의 사적에 의하면, 이 연못은 신라 경문왕 2년(862)에 도선국사가 축조한 것이며, 연못의 장타원형의 안에 있는 섬은 ‘自利利他(자리이타)’, 밖의 장타원형은 ‘自覺覺他(자각각타)’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불교의 대의를 표현한 것이라 한다.

‘三印’이란 제행무상인(諸行無常印)·제법무아인(諸法無我印)·열반적정인(涅槃寂靜印)을 뜻한 것으로, 이 연못은 불교의 이상을 배경으로 한 ‘삼인당’이라는 명칭과 독특한 양식 등이 선암사에서만 볼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햇살이 비추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꽃무릇도 짧은 한철인지라

언제나 그렇듯 마음이 끌리는 날엔

어디로든 발길 닿는데로 떠나야 한다.


잔잔한 연못위로 반영도 참 예쁘다.


연못가운데 누워서 자란 와송

소나무는 물을 싫어한다는데 특이했다.


일제히 하늘로 향하듯 만개한 꽃무릇


노랑어리연이 활짝핀 연못위로

또 하나의 꽃이 붉게 피었다.

아마도 이런모습 처음이지 싶다.

'노랑어리연'

지금까지 존재해 있다는 걸 새삼 알았다.

꽃이름에 약한 내가 정확히 알고 기억하는건

드문 일들중 하나라는거

사실 연꽃시즌에만 급관심 보였는데

연꽃이 진 자리는 나조차도 돌아보지 않았던

그동안의 무관심에 괜히 미안해졌다.

나의 관심사는 계절따라 바뀌는

모든 사물이 그 대상이어야 하고

그 모습을 좀 더 잘 담아내기 위한

노력과 연습은 필연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생각처럼 행동으로 나도 그러고 싶다!


빗방울이 만든 파장에 흐트러지는 떨림도

아름다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좀처럼 담기 어려웠었던 삼인당 꽃무릇

게다가 빗방울까지 거세지기 시작했다.

지금 현재 내게 주어진 상황이지만

나름 빗속산책도 해볼만한 거지...

어디 한두번 겪어보는 것도 아니자나!


급한대로 선암사 일주문 처마밑으로

비를 피해서 올라섰다.

일단 비를 스친 카메라먼저 챙기고

주위를 둘러보며 아름다운 고찰의 풍경 조각들과

하나씩 시선을 맞추어 나갔다.


연꽃모형이 담긴 수반엔 빗방울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나무아래 비를 피했던 꽃무릇과

낮달맞이꽃


가을을 재촉하는 비를 가득 머금고

도도한 자태의 청초한 꽃무릇


선암사를 둘러싼 울창한 편백나무 숲

점점 거세지는 비...

그리고 비...또....비

그래! 내릴거면 너답게 내려랏~


비가 아니였더라면 만날 수 없었던 풍경

지금 순간을 기억하고 즐겨야

나 다운거지

하지만 카메라에겐 괴로운 일;;;


꽃과 잎 나뭇가지 모두 헐벗은

배롱나무 한그루

내년여름을 기억했다가 꼭 만나야지!

잠시만 안녕~~


선암사 경내를 향기롭게 만들었던

은목서 세그루

흔한 향 태우는 냄새가 아니라서 더 좋았다.

하마터면 향기에 취해 비구니가 될뻔

ㅋㅋㅋㅋㅋ

향기의 주인공이 누군지 스님께 여쭤 보았는데

십초 기억력이라 금과 은 밖에 기억이 않났다.

그래서 선관광 후학습으로 알게된 건

절대 잊을리가 없겠지!

제발 다음 여행지는

선학습 후관광하는 걸로,,,


대웅전으로 향하는 낮은 돌담장길

스님들의 생활관 뒷편쯤이다.


이날 대웅전을 담지 못했던 건

많은 스님들이 모여 법회하는 분위기라

나름 자중하며 좌회를 해서 조용히 비켜갔다.


비를 피해 처마안쪽으로 걷다가

창문도 아닌곳에 매달린 작은 범종

한문은 역시 어렵당,,,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를 일시 상쇄시켜 주는

앙증맞은 동자승인형


벌써 비에 떨어진 낙엽도 좋아진다.


한껏 빗방울로 치장한 꽃무릇


선암사 한켠

내리는 비까지 더해져 가을의 운치가

막 느껴진다.


그 유명한 '선암매'

변치않은 그모습 그대로

한결같이 그 자리에 서서

제일먼저 봄이 움트고 다가 와 있음을

내게도 전해줬음 해!

인연이라면...언젠가는...한번쯤은

막연한 만남의 기약만으로도

이젠 큰 위로가 않되고 있다.

내가 닿을 수 있는 네마음이 있긴 한걸까?


단풍보다 더 붉은 모습으로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선암사 삼인당 꽃무릇

가을을 채촉하며 내리는 빗줄기속에서도 

늘 마음의 위로가 필요했었던 모양이다.



나의 삶은 늘 아쉬움의 연속이라지만

자꾸만 먼발치서 뒤돌아보게 만들던

빗속 선암사의 짙은 여운을 붙잡고만 싶었다.


영국 소설가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에서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날 사랑할 수 없게 만들고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한다.

그 오만과 편견으로부터

과연 얼마나 자유로웠나를 되돌아보며

 하나,둘 내려놓고 비워갔던 마음을

다시금 채우기에 충분했었던

천년고찰로의 여행

그렇게 한적한 숲속길을 묵상하듯 걸으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용기와 힘을

은목서 향기로 그윽했었던 선암사에서

듬뿍 채워 온듯하다.






이슬이 무거웠니?

예쁜 너를 두고 난 연습 삼매경이라늬,,,

가조면 수월리 코스모스 꽃단지

201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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