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OR NOTHING

"천년의 숲" 함양 상림공원

햇살이 참 좋았던 오후

꽃무릇의 개화상태가 궁금하여

울창한 천년의 숲속사이로 빛이 드리운

함양 상림공원을 찾았다.

19만8천㎡에 꽃무릇이 꽃망울을 터트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가을의 전령사답게 붉은빛 화려함으로

산책길에 생기를 불어넣는 듯하다.

꽃무릇군락을 가까이 처음보기도 하지만

어떻게 담아내야 할지 잠시 난감했다.

빛의 시선을 쫓아 다니며 나름 선전한듯

개화상태는 80%정도로 보이고

매년 추석무렵에 만개를 이룬다고 한다.

이번주말을 기점으로 만개가 될듯하다.

꽃무릇은 '석산(石蒜)'으로도 불리며

꽃말은 '이룰 수 없는 사랑'이다.

꽃과 잎이 만날수가 없다고 해서...










상 사 화

-이해인-

사무치는 그리움 한으로 맺혀
한송이 붉은 꽃으로 피었습니다

모진 그리움에 시름시름 앓다가
이 한 몸 죽어서야
핏빛 붉은 울음을 울어 버린 꽃

그리움의 당신을
한 번 만이라도 뵙고 싶어
그리움에 목이 타는 밤에는
이슬 한 모금으로 목을 적셨고

보고픔에 몸살 나는 밤에는
길어진 꽃술만 갈기갈기 찢다가
가슴은 온통 피멍이 들었지요

진정 당신이 누구시길래
얼굴 한 번 뵈여 준 적 없나요

그리움에 목말라 하면서도
아직은 단 한 번도
당신을 직접 뵙진 못했지만

먼 발치에서라도
당신을 뵙고 좋아한다는
이 말 한 마디 전했으면..

단 한 번 만이라도 좋으니
당신을 만날 수만 있다면
수 많은 세월
한으로 맺힌 그리움
눈 녹듯 녹아 내릴텐데 말입니다

그 누가 알겠습니까
기다림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를...

그 누가 알겠습니까
만나고 싶어도 서로 엇갈리는
서럽도록 안타까운 이 인연을...

가슴 아파보지 못한 이들은
얼마나 가슴이 아픈지 잘 모릅니다

기다려 보지 못한 이들은
기다림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잘 모릅니다

어긋나 보지 못한 이들은
엇갈리는 운명이
얼마나 안타까운지 잘 모릅니다

날마다 그리움에 붉어진 꽃술
갈라지는 아픔에
핏빛으로 물들어 버린
이 애틋한 사랑은
언제까지 홀로여야 하나요?

눈물이 나도록 복받치는
이 그리움을 어찌해야 하나요 ?

침묵속에서도 나는
당신 그리워하는 법을 배웠고

위로 없이도 나는
허기진 그리움 달랠 수는 있지만
보고품만은 달랠 수가 없었습니다

내게 진정 한가지 소원이 있다면
당신을 한번 뵙고 싶습니다

이승이 아니면 죽어서라도
꼭 한번은 당신을 만나야지요

죽음보다 강한 것이 사랑이라는 걸
오늘은 어제보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욱 굳게 믿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