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OR NOTHING

오늘은...내 아버지의 기일
그러니까 벌써 11년전이다.
세상과 바쁜이별을 하셨던 날
가끔은 뜬금없이 아이처럼 엉엉
소리내어 목놓아 울게 했었던
나날들도 시간따라 무뎌져갔다.
아버지를 잊고 산건 아닌데
세월이 지난만큼 슬픔도 희석된듯
그 당시는 모든세상 슬픔은 나혼자만
짊어진것 처럼 힘겨웠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견뎌내고 잘 지내온것도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주신
아버지
어린시절 할아버지 제사가 있던날
제수용 밤한되를 손수 깎으시던게
눈에 선하다.
난 껌딱지처럼 곁에 앉아 깎여나온
하얀 밤살들을 주워먹느라 바빴고
자식입에 맛난게 들어가는 걸 보고
환하게 웃으셨던 아버지
오늘 지인분 산에서 아람을 주워와
큰걸루 나름 선별해서
초저녁 내내 밤을 깎고 다듬고ㅋ
덕분에 손에 물집이 잡혔다...하...
이것도 늘상 먹기만한건 아닌가 보다.
어깨넘어로 보고 배운거라고ㅎㅎ
손이 많이 가는 만큼 제사가 끝나면
제일먼저 경쟁적으로 먹었던게
바로 밤이다.
아버지도 밤치기를 하면서
어린시절 기억도 없는 할아버지를
많이 떠 올리셨을까?
오늘 내가 그랬던것 처럼...

'산다는건 > 일상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힘들지?  (0) 2017.09.17
  (0) 2017.09.16
내가 내게 바라는 것  (2) 2017.08.31
오늘 오도산에서  (2) 2017.07.16
蓮歌   (2) 2017.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