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03] 지리산 노고단 안개속 산은 있었네..
안개속에 산은 있었네..
왠지 모르게 꽤 익숙한 말이고 보니
어느 블로그님의 문패였던게 기억이 났다.
처음으로 올라 본 지리산 노고단이 그러했다.
오전부터 짖궃은 일기예보를 검색하며
가? 말어?
전날 구절초꽃밭 동산을 헤매고 온터라
조금 망설여지긴 했지만
조망이 좋을거라는 기대는 아예 져버리고
어느새 차를 몰고
지리산 성삼재를 향하고 있었다.
이런 날씨에도 여전한 인기코스를 반증이라도 하듯
노고단을 오르기 위해 왔거나
하산을 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산행이라기엔 정비가 잘된 완만한 오르막길
유치원생도 걸어 갈 정도이니 이정도면...
가끔 질러가는 돌계단코스도 나오긴 했지만
절대 무리하지 않겠노라 다짐했기에
시간이 좀 더 걸리고 돌아가더라도 쉬운길로
다행이 산행내내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산안개가 자욱했었던 지라 습도100%
맑은 날이 가지지 못하는 매력도
나름 충분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붉은 단풍나무
역시 산위라서 그런지 단풍도 낙엽도
빨리 만나진다.
안개속에 휩싸인 노고단대피소
이곳을 이용하려면 사전 예약자만 가능하다.
혹시 노고단 일출을 찍고 싶을때
이용하면 좋겠단 생각을 해 보았다.
등산객을 위한 편의 시설이 있어 아주 좋았다.
나도 등산객 하고프지만...
여기서 부턴 질러가는 돌계단쪽을 택했다.
점점 짙어져가는 산안개
저 멀리 앞서가는 사람들
돌계단 끝에서 만난 둥근이질풀
핀을 맞추기 위해 가쁜 숨을 몰아가며
난 땀으로 넌 이슬로 젖었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가 노고단인줄 착각하나?
정비가 잘된 노고단 탐방로 데크길
탐방로외엔 출입금지이다.
여길 벗어나면 반달곰도 멧돼지도 만날 수 있다고
ㅋㅋㅋ
노고단 정상으로 갈수록 자욱해진 산안개로 인해
시야가 매우 좁아졌고 바람도 그만큼 거셌다.
산안개인지 구름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천천히 오르다 눈에 띄인 작디작은 '물매화'
우연이었을까?
이날 인스타친구인 '평강식물원'님이 올려주신
꽃과 같아서 이름을 알게된건 비밀~
탐방로를 걷다보면 양갈래 길로 나뉘는데
혼잡을 피하기 위해 시계반대방향으로
탐방하길 유도하고 있다.
산안개 피어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전망대도착
지난 봄 성삼재에서 줌으로 봤었던 중계탑
구름속이라 그런지 잠시 방향감각을 잃었다.
마치 호흡하듯 산안개가 피어오른다.
거센 바람으로 한기마져 느껴졌고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던 중계탑도
어느새 다시 구름속으로 가리워져 갔다.
하늘을 열어 줄듯 말듯 단 몇분간이었지만
생애 처음으로 굉장한 경이로움의 장면들
숨막힐듯 요동치는 변화무쌍한 하늘의 표정을
이렇게 가까이 접할 수 있다는건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장 크게 느껴지는
'감동'뿐이겠지.
노고단 정상석이 있는 전망대
분명 음식물 섭취금지라는 푯말이 무색하게
모든사람들이 약속이라도 한듯 무언가를
주섬주섬 가방에서 꺼내 막 드시더라는
ㅋㅋㅋㅋㅋㅋ
오른쪽 침낭속 애벌레처럼 널부러져 계시던분
갑자기 소란스런 인기척이 많아지자
냉큼 일어나 앉던 모습이 참 웃겼어~
아무것도 없이 하얀 백지처럼 보이는 하늘
지리산 노고단에서의 망중한
역시 산엘 오르니 좋긴좋다!
감동을 너무 먹은 탓인지 정상석도 않찍고,,,
돌탑만
이제 하산하자!
내가 바로 지리산 구절초다~
고혹적인 물매화
노출을 줄인것과 그렇지 않은것의 차이
틈틈히 연습중
편안한 길로 내려가는 중
벌써 낙엽이 쌓였다.
노고단 대피소 도착
돌아보니 출입통제
하산때는 가보지 못했던 돌계단쪽으로
내려선다.
걷다가 힘들면 가끔
하늘도 올려다 보기
계곡에서 흐르는 물
약간의 장노출
광각이 아니라 위아래 따로 나누어서
늦여름과 초가을
공존의 시간
걷기 참 편안했었던 길
지금 지리산 노고단에 가면 만날 수 있는
흔한 풍경들
그 아름다운 풍경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더니
어느새 출발했던 성삼재에 도착했다.
여전히 걷힐 줄 모르던 날씨
그러다가...
주차요금을 정산하고 나오는데
산아래 아주 밝은 광채같은 것을 보았다.
비상등켜고 갓길에 차를 세우고
카메라를 챙겨 철조망 난간으로 뛰어가
대박~~~을 외치며
오늘의 하일라이트를 담는가 싶었는데
뭔가 카메라 조작이 어설퍼서
제대로 담질 못했다.
ㅠ.ㅠ ㅠ.ㅠ
빛의 축복을 받은 곳은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
워낙 역동적으로 부는 바람에
은혜로운 빛내림은 1~2분정도 머물다가
아주 순식간에 사라져갔다.
노고단에 오길 정말 잘했어!
스스로를 칭찬하며 흐믓하게
성삼재에서 굽이굽이 조금 내려오니
산위의 날씨와는 전혀다른 상태
산행하는 동안
비가 내리지 않은것 만도 다행이였다.
예측불허의 산 날씨는 아무도 모르는듯
그저 오르고자 했었던 나의 갈망에 부응하듯
궃은 날씨라 해도 결코 실망시키는 법이 없었다.
예전에도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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