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 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나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정호승-